샤프란볼루, 오스만투르크의 시대에 멈춘 마을
튀르키예는 로마 제국, 비잔틴, 오스만투르크의 역사를 거치면서 영토 곳곳에 그 흔적을 켜켜히 쌓아 놓았다.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성경 이야기, 비잔틴과 오스만투르크의 역사, 문화와 건축으로 이루어진 유적지와 도시들이 넓은 영토 곳곳에 자리한다. 그 중 샤프란볼루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건축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특별한 마을이다. 버스를 타면 이스탄불에서 동쪽으로 6-7시간 정도 거리, 앙카라의 북부에 위치하며, 값비싼 향신료인 샤프란을 많이 재배한 것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지금은 지방의 소도시에 불과하지만, 실크로드를 오가는 상인들이 거쳐갔던 부유한 도시로 그 영광이 마을 곳곳에 남아있다. 샤프란볼루 거리를 걷다보면 수 백 년된 모스크, 목욕탕, 대상들의 숙소, 지금은 박물관이 된 저택 등을 만날 수 있다.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시장을 걷다보면 여행객을 환대하는 튀르키예인의 친절함을 느낄 수 있다. 샤프란볼루 행 버스는 주로 크란쿄이에 정차한다. 이곳에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샤프란볼루 마을까지는 돌무쉬나 택시로 5-10분 정도 더 가야한다. 짐이 적거나 걷는데 자신있다면 약 20-30분 정도 걷는 것을 추천한다. 만일 봄이라면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고 경치 좋은 시골길을 걷게 될 것이다. 돌무쉬가 도착한 곳은 샤프란볼루의 입구인 차르쉬 광장, 이제부터 차는 출입금지다. 우리의 두 발이 튀르키예의 중세시대로 안내할 것이다.
오스만투르크 시대로 돌아가는 방법
샤프란볼루의 건축물들은 800년 전에 지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보존상태가 좋다. 붉은 지붕에 작은 창문이 많은 하얀 벽은 돌과 흙을 이용했고, 목재가 겉으로 드러나 있다. 이 독특한 건축 양식의 건물은 샤프란볼루에 약 2,000여 채가 있고, 그중 1,130여채는 중요성을 인정받은 보존대상이다. 이런 건물들이 나무와 언덕, 둥근 돔과 첨탑의 모스크와 오밀조밀 조화를 이루는 샤프란볼루의 모습은 마치 부자들의 빌라촌같다. 지금도 주민들의 집이자 상점인 이 전통 건축물들은 호텔이나 카페, 레스토랑으로 개조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샤프란볼루를 여행하는 것은 14세기 오스만투르크로의 여행이 된다. 실크로드를 오가던 상인을 위한 숙소이자 거래 장소였던 카라반사라이는 규모가 큰 호텔과 카페가 되었다. 웅장한 문을 들어서면 당시 대상들의 규모를 짐작할만한 너른 마당을 아치 기둥을 가진 3층 건물이 둘러져 있다. 값비싼 물건을 가진 대상들을 보호하며 휴식을 제공하는 장소이자 거래의 장소였던 곳이다. 길게 마당을 드리운 천이 만든 그늘에서 차이 한잔을 마시면 사막을 오가는 상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박물관으로 꾸며진 저택에서는 당시의 생활상을 볼 수 있다. 화려한 복장의 실물 크기의 인형들이 남녀의 생활을 확실하게 구분했던 당시의 모습 그대로 앉아 몇백년 전을 재현하고 있다. 튀르키예의 문화를 보다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중 목욕탕인 하맘을 이용해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진지 하맘은 뜨거운 대리석을 이용해 증기로 몸을 덥히고 씻는 튀르키예 전통의 목욕방식이다.
튀르키예인의 환대를 만나는 방법
샤프란볼루에는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아담한 시장이 있다. 과거의 영광이 담긴 건축물들을 실컷 감상하고 난 후 이 시장에서 현재의 활기를 느껴보자. 건조한 기후가 만든 달콤한 과일과 싱싱한 채소는 물론이고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대장간도 있다. 전통의 방식으로 만드는 찻주전자와 같은 수공예품을 파는 상점들, 여행객을 위한 기념품점이 골목을 따라 이어진다. 상인들은 실크로드 대상의 후예답게 밀고 당기는 흥정으로 여행객을 부른다. 통하지 않는 언어는 중요하지 않다. 미소와 손가락, 계산기만 있으면 오케이다. 포도 넝쿨이 뻗어나간 골목길은 자연스럽게 그늘이 되고, 작은 카페에 앉아 있으면 마치 사막의 어느 오아시스 도시를 여행하는 느낌이 든다. 노을과 함께 샤프란볼루 전체 모습을 감상하기 좋은 흐를드륵 언덕에 올라가 보는 것도 잊지말자.